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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FTX는 가장 신뢰받는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였다. 젊은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는 ‘천재 CEO’, ‘암호화폐계의 워런 버핏’이라 불리며 정치권, 언론, 실리콘밸리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2022년 말, 그 이름은 순식간에 사기극의 중심 인물로 바뀌게 된다. FTX의 몰락은 단순한 해킹 사고나 경영 실패가 아니었다. 그 안에는 구조적인 문제, 감시의 부재, 그리고 기술에 대한 맹신이 빚어낸 치명적인 균열이 있었다. 이 글에서는 FTX는 어떻게 세계를 속였는가, 그리고 왜 이 사건이 ‘암호화폐판 엔론 스캔들’로 불리는지를 차근히 살펴본다. 한 사람의 몰락을 넘어 산업 전체가 돌아봐야 할 질문을 함께 던져본다.
FTT 하나가 무너지자 신뢰의 피라미드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1. FTX는 정말 믿을 수 있는 곳이었을까?
FTX는 2019년에 설립된 암호화폐 거래소이다. 당시만 해도 수많은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난립하던 시기였지만 FTX는 비교적 늦게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 거래소를 설립한 인물은 샘 뱅크먼-프리드(Sam Bankman-Fried, 흔히 SBF로 불림)이다. 그는 MIT를 졸업한 물리학 전공자로 월가 출신도 아니고 블록체인 개발자도 아니었지만 특유의 분석력과 빠른 판단으로 투자업계에서 빠르게 이름을 알렸다. SBF는 FTX를 단순한 코인 거래소가 아니라 기관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 모두를 아우르는 ‘글로벌 금융 인프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내세웠다.
그는 초기에 파생상품 거래, 마진거래 등 고급 금융기법을 거래소에 도입했고 이 점은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와 차별화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특히 그의 ‘효율적 이타주의(effective altruism)’라는 철학은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주면서도 이익을 낼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었다. 그는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기부하겠다고 공언했고 이런 이미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신뢰감을 줬다.
FTX는 설립된 지 몇 년 되지 않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의 언론, 정계, 벤처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거래소 중 하나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샘 뱅크먼-프리드는 30세도 되기 전에 수십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인물이 되었고 백악관과의 접촉, 스포츠 스타들과의 광고 계약, 포브스 표지 모델까지 장식하며 그의 위상은 단순한 ‘코인 업계 CEO’를 넘어 ‘차세대 금융의 아이콘’으로까지 확장되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FTX를 보며 암호화폐 산업도 이제 제도권 수준의 신뢰와 투명성을 갖추기 시작했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 믿음은 결과적으로 너무도 허무하게 무너졌다.
2. FTX와 Alameda – 얽히고설킨 두 얼굴
겉보기에는 FTX와 Alameda Research는 별개의 회사였다. FTX는 암호화폐 거래소, Alameda는 암호화폐 전문 트레이딩 회사로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 두 회사는 실질적으로 한 몸처럼 움직이는 ‘이중 구조’였고 그 연결 고리의 중심에는 샘 뱅크먼-프리드가 있었다.
Alameda Research는 FTX보다 먼저 2017년에 SBF와 그의 대학 동료들에 의해 설립되었다. 처음에는 고빈도 매매와 가격 차익(아비트라지) 거래를 통해 수익을 내는 상대적으로 전통적인 트레이딩 펀드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Alameda는 더 큰 수익을 내기 위해 더 위험하고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무렵 FTX가 성장하면서 두 회사의 관계가 복잡하게 꼬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샘 뱅크먼-프리드는 FTX의 CEO이면서도 Alameda의 실질적 의사결정에도 관여하고 있었다. 게다가 두 조직의 경영진 일부는 연인 관계이거나 학연·지연으로 얽힌 내부자들이었다.
실제로 Alameda의 CEO였던 캐롤라인 엘리슨(Caroline Ellison)은 SBF와 사적인 관계에 있었다는 정황도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처럼 사적 관계와 업무 관계가 얽힌 조직 구조 속에서 두 회사는 점점 더 비정상적인 자금 흐름을 공유하게 된다.
가장 큰 문제는 FTX가 고객 자산을 몰래 Alameda에 대규모로 대출해줬다는 사실이다. 공식적인 회계처리 없이 이루어진 이 자금 이동은 FTX 측 회계 시스템에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고 외부 감사에서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그 배경에는 두 회사의 관계가 실제로는 조직 내부자 간의 ‘비공식적 담합’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FTX 측은 Alameda에 자금을 빌려주는 것이 시장 조성(market making)이나 유동성 공급 차원의 정당한 협력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 구조는 훨씬 위험하고 불투명했다.
예를 들어, Alameda는 FTX 사용자들의 예치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이를 다양한 고위험 투자에 사용했고 그 중 상당수는 실패하거나 손실을 입었다. 결국 Alameda의 손실은 고스란히 FTX의 재무 건전성을 훼손했고 고객의 자산은 손실을 메우는 데 쓰이게 되었다.
요약하면 FTX는 거래소로서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고객 자산의 독립적 보관을 어겼고 Alameda는 이를 통해 시장의 자금 흐름을 왜곡시키는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가능한 구조는 두 회사 사이의 경계가 형식적으로만 존재했기 때문이다.
3. 붕괴의 전조 – 의혹이 터지기까지
2022년 11월 초, 암호화폐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CoinDesk)’는 Alameda Research의 재무제표를 입수해 단독 보도했다. 표면적으로는 수익성 좋은 트레이딩 회사로 알려져 있었지만 실제로 그들의 보유 자산 대부분은 FTT라는 특정 토큰에 집중되어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FTT 토큰은 FTX 거래소가 직접 발행한 거래소 유틸리티 토큰이다. 기본적으로는 사용자들이 거래 수수료를 할인받거나 플랫폼 내에서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된 토큰이다. FTT 토큰은 유틸리티 토큰이었지만 테라의 UST처럼 구조적으로 무너질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다.
👉 스테이블코인의 작동 원리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다음 글을 참고하자.
[관련 글] 스테이블 코인이란? 종류부터 작동 방식까지 완벽 정리
이는 바이낸스의 BNB, 크립토닷컴의 CRO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문제는 FTX와 Alameda가 이 토큰을 지나치게 내부 자산처럼 활용하고 있었다는 점이다.FTT는 유통량이 제한된 만큼 가격이 쉽게 움직였고 Alameda는 이 FTT를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재무제표상 자산으로 잡아 실제보다 훨씬 큰 재정 능력을 갖춘 것처럼 보이게 했다. 즉, 그들의 자산 가치는 실제로는 유동성이 낮고 취약한 토큰에 의존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 보도가 나간 이후 시장의 반응은 빠르고도 예민했다. 특히 바이낸스의 CEO인 창펑 자오(CZ)가 2022년 11월 6일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우리는 보유 중인 FTT 토큰을 전량 매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바이낸스의 창펑 자오(CZ)는 FTX와 경쟁 관계였으며 CEX의 특성과 위험성에 대한 논의는 이번 사건 이후 더 활발해졌다.
👉 중앙화 거래소(CEX)와 탈중앙화 거래소(DEX)의 구조적 차이를 알아보려면 다음 글을 확인해보자.”
[관련 글] CEX vs DEX 완전 비교 – 중앙화와 탈중앙화 거래소의 구조, 장단점, 선택 기준까지
창펑 자오는 이 매도 결정의 배경에 "최근 드러난 정보들이 충격적이며, 루나 사태 때와 유사한 위험이 감지된다"고 설명했다. 이 발표는 일종의 '시장 경고음' 역할을 했고 투자자들은 일제히 FTX에서 자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단 이틀 만에 FTX에는 60억 달러가 넘는 출금 요청이 몰려들었고 결국 FTX는 사용자들의 출금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수년간 쌓아온 신뢰는 순식간에 무너졌고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진 FTX는 2022년 11월 11일, 공식적으로 파산 보호를 신청하게 된다. 이날 FTX는 미국 델라웨어주 파산 법원에 챕터 11(Chapter 11) 파산 보호 신청을 제출했으며 샘 뱅크먼-프리드는 CEO 자리에서 사임했다. 거래소는 모든 서비스를 정지했고 수백만 명의 고객 자산이 동결되었다.
사건은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아 발생했지만 그 파장은 암호화폐 산업 전체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블록체인 기술의 신뢰성은 여전했지만 그 기술을 기반으로 만든 조직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극적인 사례가 된 것이다.
👉 사건 전체 흐름은 CoinDesk의 FTX 타임라인에서 상세히 정리되어 있다.
4. 숨겨진 진실 – 알고 보니 ‘암호화폐판 폰지 사기’
FTX가 파산하면서 그동안 감춰져 있던 구조적 문제들이 빠르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거래소는 고객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할 의무가 있었지만 FTX는 이 자금을 몰래 Alameda Research에 넘겨 고위험 투자에 사용하는 등 사실상 고객 예치금을 무단 전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충격적이었던 점은 이러한 자금 유용이 공식적인 이사회 승인도 없이 내부 메신저나 개인적인 구두 합의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Alameda는 FTT 토큰이나 기타 암호화폐를 담보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대출을 FTX로부터 받아 썼고 이 구조가 오랜 시간 동안 감사에도 포착되지 않은 채 유지되고 있었다.
샘 뱅크먼-프리드는 이 모든 의혹에도 불구하고 FTX 파산 직후에도 공식적인 사과나 책임 인정보다는 SNS를 통해 "회사를 살릴 방법을 찾고 있다", "나는 모른 채 벌어진 일"이라는 식의 회피성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당시 바하마에 머물고 있었고 미국으로의 송환 요청이 제기된 상황에서도 비교적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투자자와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수십억 달러의 자산을 날리고도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는 분노가 커져갔다.
결국 2022년 12월 12일, 미국 검찰이 기소를 발표한 직후 바하마 경찰이 SBF를 체포했다. 체포는 미국 뉴욕 남부지방검찰청(SDNY)의 공식 요청에 따라 이루어졌으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역시 동시에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
👉 SEC는 FTX와 SBF에 대한 고발 내용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했다.
그에 대한 혐의는 단순한 실수나 부주의가 아니라 명백한 사기, 자금세탁, 고객 자산 절도 등 중대한 금융 범죄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법적 책임이 불가피해 보였다. 샘 뱅크먼-프리드는 체포 직후, 미국 송환을 수락했고 이후 뉴욕 법원에 출두하여 보석금 2억 5천만 달러에 석방되었다. 하지만 그의 여권은 무효화되었고 자택 연금 상태로 재판을 준비하게 되었다.
샘 뱅크먼-프리드는 체포 이후 한동안 뉴욕 자택에 보석 상태로 구금되어 있었지만 2023년 8월, 증인에게 영향을 주려 한 시도가 법원에 문제로 지적되면서 보석이 취소되었고 뉴욕 브루클린의 메트로폴리탄 구금센터(MDC)로 이송되었다.
이후 그는 정식 재판에 넘겨졌고 2023년 11월에 열린 1차 형사 재판에서 사기 및 음모 등 총 7개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샘 뱅크먼-프리드가 고의적으로 고객 자산을 유용하고 투자자와 대중을 기만했으며 이 모든 행위가 계획적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듬해인 2024년 3월 28일, 미국 뉴욕 연방지방법원은 그에게 25년형의 중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최대 50년형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비교적 젊은 나이와 초범이라는 점 부분적으로나마 협조적인 태도를 감안해 형량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2025년 4월 현재, 그는 여전히 미국 동부의 연방 교정시설에 수감 중이며 언론과의 접촉은 거의 차단된 상태다. 이따금 가족이나 변호인을 통해 간접적인 발언이 전해지긴 하지만 대중의 관심은 점점 ‘그의 다음 움직임’보다는 암호화폐 업계의 구조적 개선 여부로 옮겨가고 있다.
샘 뱅크먼-프리드는 한때 업계의 스타였고 워싱턴 정계와 실리콘밸리 벤처 자본으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았지만 지금은 신뢰와 투명성이 결여된 시스템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보여주는 반면교사가 되었다. 그의 몰락은 단순히 개인의 실패를 넘어 암호화폐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가늠하게 하는 지표가 되었다.
👉 FTX 파산 신청 관련 공식 법원 문서는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5. FTX와 엔론 – 닮은 듯 다른 두 붕괴
FTX 사태는 많은 사람들에게 2001년에 일어난 엔론(Enron) 스캔들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에도 엔론은 미국을 대표하는 대형 기업이었고
그 몰락은 단순한 기업 부도 그 이상이었다.🔍 엔론 스캔들이란?
엔론은 미국 텍사스에 본사를 둔 에너지 및 거래 전문 기업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천연가스와 전기를 유통하는 에너지 기업이었지만
점차 복잡한 파생상품 거래, 에너지 거래소 운영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고수익 고성장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게 된다.하지만 그 내막은 달랐다. 엔론은 수익을 과장하고 손실을 감추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E, Special Purpose Entity)’이라는 회계 기법을 남용했다. 이 구조를 통해 자산과 부채를 외부에 숨기고 실제보다 훨씬 건전한 재무 상태를 시장에 보여준 것이다.
결국 2001년, 내부 고발과 언론 보도를 통해 회계 조작 사실이 드러나면서 신뢰는 순식간에 무너졌고 엔론은 같은 해 12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기업 파산 중 하나를 기록하게 된다.
이 사건은 회계법인 아서앤더슨(Arthur Andersen)의 해체로까지 이어졌고 ‘사르베인-옥슬리 법(SOX법)’이라는 대대적인 회계개혁법이 제정되는 계기가 되었다.
즉, 단순한 사기 사건이 아니라 전체 자본시장 구조에 충격을 주었던 역사적 사건이었다.
👉 엔론 회계 스캔들의 배경과 구조는 여기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 FTX와 엔론, 무엇이 닮았고 무엇이 달랐나?
엔론과 FTX는 모두 겉으로는 성공한 기업처럼 보였고 CEO는 젊고 똑똑하며 비전 있는 인물로 포장되어 있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 📊 허위 회계 또는 재무 정보 조작
- 🔒 복잡한 구조를 통해 위험 은폐
- 💥 정보가 공개되자마자 신뢰가 순식간에 붕괴
- 🏛 시장 전체에 충격을 준 대형 파산
하지만 구조를 들여다보면 약간의 차이도 존재한다.
구분 FTX 엔론 산업 암호화폐 거래소 에너지 및 금융 주요 사기 수법 고객 자산 유용 및 자전거래 회계 조작 및 부외 자산 숨기기 감독기관 규제 사각지대 (신흥 산업) 이미 규제 체계 안에 있었음 기술 활용 블록체인 기반 기술 신뢰 악용 복잡한 회계법인 구조 이용 결과 CEO 유죄 + 생태계 전체 불신 회계개혁법 제정 + 회계법인 해체 📌 중요한 건 '구조의 신뢰'
FTX와 엔론은 각기 다른 시대, 다른 산업에 있었지만 신뢰를 가장한 구조가 어떻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똑같이 보여준 사건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그 위에 세워진 운영 구조와 거버넌스가 불투명하다면 결국 시스템은 붕괴하게 되어 있다. 특히 투자자와 소비자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에서는 "내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이지 않는 구조"야말로 가장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FTX와 Alameda Research 간의 비정상적인 자금 흐름은 조직 내부에서 발생한 ‘구조적 유착’의 대표 사례로 외부 감사나 규제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6. 마무리 – 신뢰를 잃은 시스템은 오래가지 못한다
FTX 사태는 단순히 한 거래소가 무너진 사건이 아니었다. 그 이면에는 기술적 혁신, 성장 신화, 그리고 신뢰라는 단어에 대한 산업 전체의 착각이 깔려 있었다.
많은 이들이 “탈중앙화”와 “블록체인”이라는 말에 마치 자동으로 안전함과 투명성이 따라오는 것처럼 믿어왔지만 이번 사건은 그런 믿음이 얼마나 쉽게 사람과 구조에 의해 배신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샘 뱅크먼-프리드는 기술의 얼굴을 한 ‘사람’이었고 FTX는 탈중앙화의 언어를 입은 ‘중앙화된 시스템’이었다. 그 안에서 감춰진 위험과 도덕적 해이는 감시되지 않는 권력 아래 얼마나 쉽게 쌓여가는지를 잘 보여준다.
결국 블록체인이든 전통 금융이든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운영하는 사람과 구조, 그리고 투명성이다. 신뢰는 한순간에 쌓이지 않으며 그 신뢰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은 깨졌을 때 산업 전체를 뒤흔드는 파장을 남긴다. 실제로 이번 사태에서 바이낸스의 창펑 자오(CZ)는 FTT 토큰 매도 발표를 통해 사건의 방아쇠를 당긴 인물이 되었고 이는 시장 내 중앙화 거래소(CEX)의 권력 집중과 그 영향력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FTX는 끝났지만, 이 사건이 남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는 다음 번엔 어떤 기준으로 플랫폼을 선택할 것인가? 무엇을 ‘안전하다’고 믿을 것인가? 그 질문에 더 많은 사람이 신중히 답하기 시작할 때 암호화폐 산업도 다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FTX와 유사하게, 구조의 불안정성으로 시장을 뒤흔든 사례로는 테라 루나 사태가 있다.
[관련 글] 테라 루나 사태 정리: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의 붕괴 원인과 시장에 남긴 교훈
📌 핵심 요약 (Key Takeaways)
- FTX는 2019년 설립된 암호화폐 거래소로, 빠르게 세계 3위 규모까지 성장함
- 거래소와 자매회사 Alameda Research 사이에 고객 자산 유용 구조가 형성됨
- 자체 토큰 FTT를 담보로 한 내부 순환 구조가 붕괴의 핵심 원인이 됨
- Binance의 CZ가 2022년 11월 FTT 매도를 발표하면서 대규모 인출 사태 촉발
- FTX는 2022년 11월 11일 파산, SBF는 2023년 유죄 평결 후 2024년 25년형 선고
- 사건은 엔론 스캔들과 유사하며, 암호화폐 산업의 구조적 신뢰 문제를 드러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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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주 묻는 질문 (FAQ)
Q1. FTX는 왜 망한 건가요? 단순한 투자 실패인가요?
A. FTX는 단순한 투자 실패가 아니라, 고객 자산을 무단으로 유용한 구조적 사기가 핵심 원인이다. 거래소 자산과 고객 예치금을 구분하지 않고, 이를 자매회사 Alameda에 대출해 고위험 투자에 사용한 것이 파산의 직접적인 배경이 되었다.
Q2. FTT 토큰이 뭐였고, 왜 문제가 됐나요?
A. FTT는 FTX 거래소가 만든 자체 유틸리티 토큰으로 수수료 할인이나 보상 혜택을 위해 사용되었다. 문제는 이 토큰을 FTX와 Alameda가 재무상 ‘자산’처럼 과도하게 평가하고, 담보로 활용하면서 실제 가치보다 과대평가된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결국 시장 불신이 커지자 FTT 가격이 폭락했고 이로 인해 유동성 위기가 발생했다.
Q3. FTX는 해킹당한 게 아닌데 왜 갑자기 무너졌나요?
A. FTX의 붕괴는 해킹이 아닌 내부 운영의 불투명성과 고의적인 자산 유용 때문이다. 고객 자산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거나 다른 데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에 출금 요청이 몰리자 감당하지 못하고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것이다.
Q4. 샘 뱅크먼-프리드는 지금 어떻게 됐나요?
A. 샘 뱅크먼-프리드는 2022년 12월 바하마에서 체포된 후 미국으로 송환되었고 2023년 말 유죄 평결을 받았다. 2024년 3월 25년형을 선고받고 현재는 미국 연방 교정시설에 수감 중이다.
Q5. 엔론 사건과 FTX 사태는 어떻게 다른가요?
A. 두 사건 모두 회계 조작과 내부 부정으로 인한 대규모 파산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차이점은 엔론은 전통 기업의 회계 조작, FTX는 암호화폐 플랫폼의 고객 자산 유용이라는 구조에서 나타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시장 신뢰 붕괴라는 유사한 충격을 줬다.
Q6. 나는 어떤 거래소를 사용해야 더 안전할까요?
A. 규제가 명확하고 재무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거래소를 우선 고려하는 것이 좋다. 거래소 하나에 모든 자산을 맡기기보다는 하드월렛(콜드월렛)과 분산 보관 전략을 병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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